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출판사 : 해냄출판사
출판일 : 2018. 10. 10
카테고리 : 교양, 심리학, 인문
저자 정혜신
· 직업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대표작품 :
- 사람 vs 사람 (2005)
- 남자 vs 남자 (2001)
- 당신으로 충분하다 (2013)
-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공저, 2015)
- 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 (2018)
- 정혜신의 사람공부 (2019)
- 홀가분 (2022)
- 애도연습 (2024)
줄거리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인 저자가 고문생존자, 5·18 광주민주화 운동 피해자, 세월호 가족들 등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을 현장에서 만나면서 경험하고 배운 '공감'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저자는 이 <당신이 옳다>라는 책에서
우리에게 공감이 필요한 이유와 공감을 하는 방법과 더불어
단단한 나로 살아가는 법,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인이 있어야 사람은 그 다음 발길을 어디로 옮길지 생각할 수 있다.
자기에 대해 안심해야 그 다음에 대해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너는 항상 옳다'는 말의 본 뜻이다.
-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데 '너는 옳다'라고 지지해 주면 상대가 오판하지 않을까.
자만심에 빠져 결국 잘못되지 않을까. 쓴 약처럼 따끔한 말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게 어른다운 걱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니다. 그건 사람을 어리석고 표피적인 존재로만 상정하는 틀에 박힌 생각인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오만한 시선이다.
- 그런 마음이 들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그러니 당신 마음은 옳다고.
다른 말은 모두 그 말 이후에 해야 마땅하다. 그게 제대로 된 순서다. 사람 마음을 대하는 예의이기도 하다.
"당신이 옳다."
온 체중을 실은 그 짧은 문장만큼 누군가를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일은 세상에 또 없다.
-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
- 무언가 해줘야 한다는 조바심을 내려놓고 지금 그의 마음이 어떤지 물어봐야 한다.
공감은 누가 이야기할 때 중간에 끊지 않고 토달지 않고 한결같이 끄덕이며 긍정해 주는 것,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전혀 잘못 짚었다. 그건 공감이 아니라 감정 노동이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지친다.
- 감정적 반응 그 자체가 공감은 아니다. 한 존재가 또다른 존재가 처한 상황과 상처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존재 자체에 대해 갖게 되는 통합적 정서와 사려 깊은 이해의 어울림이 공감이다. 그러므로 공감은 타고난 감각이나 능력이 아니다. 학습이 필요한 일이다.
-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하면서 으레 던지는 "힘들었겠다"는 말은 사람 마음에 의미 있게 가닿지 않는다. 공감적인 단어지만 공감받았다는 느낌을 상대에게 주지 못하는 건 그 말이 잘 모르고 던지는 말이라서다. 자세히 모르는 사람이 던진 말이 의미 있는 정서적 파장을 만들지는 못한다.
잘 모르면 우선 찬찬히 물어야 한다.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시작되는 과정이 공감이다.
- 질문을 통해서 상대의 상황과 마음이 거울에 비추 듯 또렷하게 보이면 공감은 절로 일어난다. 공감을 받은 이의 속마음은 더 열리고 자기 기억이나 자기에 대한 느낌들을 더 잘 떠올리고 말하게 된다, '거부감 들지 않고 다정하게, 그러나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공감 유발자다. 자세히 알아야 이해하고 이해해야 공감할 수 있다.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는 습관이다.
- 공감은 똑같이 느끼는 상태가 아니라 상대가 가지는 감정이나 느낌이 그럴 수 있겠다고 기꺼이 수용되고 이해되는 상태다.
각자가 개별적 존재들이라서 서로가 느끼는 감정은 당연히 다르다. 상대가 느끼는 감정을 이상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고 인정해주는 느낌을 상대에게 전달할 수만 있으면 된다, 그게 공감이다,
- 공감은 누군가의 불어난 재산, 올라간 직급, 새로 딴 학위나 상징처럼 그의 외형적 변화에 대한 인정이나 언급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한 그 사람 자체, 그의 애쓴 시간이나 마음씀에 대한 반응이다. 그럴 때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인정받고 보상받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면 사람은 그런 외형에 덜 휘둘리며 살 수 있게 된다. 공감은 쓰러지는 사람을 일으켜 세울 만큼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힘은 그가 고요하게 가만히 있어도,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자기 자신만으로도 초조하지 않을 수 있는 차돌 같은 안정감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는 공감자가 되기 위해선 그의 마음에 대해 '그'에게 물어야 한다. 돕는 자로서의 '내' 견해를 말하거나 주장하기보다 '그'에게 주목하고 그의 마음에 대해 그에게 물어야 한다. 그의 세세한 속마음은 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 분노를 말할 수 있으면 분노로 폭발하지 않는다. 분노에 매몰된 그녀가 순간적으로 그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떤 것은 자신의 분노가 전적으로 이해받고 수용됐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녀의 격한 그 말은 '다 부수고 나도 죽겠다'는 말이 아니다. 다 부수고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지금 내가 억울하고 화가 난다는 말이다. 그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듣고 받아주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으면 사람은 그 억울함에서 벗어난다.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다. 사람을 죽이거나 부수고 싶어도 그 마음은 옳다. 그 마음이 옳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기만 하며 부술 마음도, 죽이고 싶은 마음도 없어진다. 비로소 분노의 지옥에서 빠져 나온다. 만약 그녀가 실제로 부수고 누군가를 해코지했다면 그래도 옳은가. 자해하는 행동을 했다면 그래도 옳은가. 사람의 마음은 항상 옳으니 그녀의 파괴적 행동과 판단도 옳은가.
아니다. 사람의 감정은 늘 옳지만 그에 따른 행동까지 옳은 건 아니다, 별개다.
- 성인 간의 관계는 다르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있지만 나만 잘한다고 되지 않는다. 상대가 감당해야 할 몫도 있다. 그것까지 내가 짊어질 이유는 없다. 너도 있지만 나도 있다. 어떤 관계에서든 납득할 수 없는 심리적 갑을 관계가 일방적이고 극단적으로 계속된다면 이런 관계를 끊을 수 있는 것이 더 건강하다. 우선 내 건강성을 지켜야만 나중을 기약할 수도 있다.
-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그래서 모든 감정은 옳다.
불안을 느낀다면 '이러면 안 되는데' 할 게 아니다.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왜 그런 걸까?' 곰곰이 나와 내 상황을 짚어봐야 한다.
- 슬퍼하는 걸 나쁘게 보지만 않아도 누군가의 상처를 말하고 듣는 시간은 두 사람 모두에게 치유적인 경험이 된다.
- 사람은 자기가 안전하다고 느껴야 자신이 놓인 상황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공감에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
사람은 믿어도 되는 존재다. 사랑하는 사람의 유일한 역할이 그것이다. 온 체중을 다 실어 아이를 믿어주면 그게 어떤 일이든 본인이 오히려 '내가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닌가' 열심히 고민한다. 안전하면 입체적이고 온전한 성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아무리 훌륭한 말이어도 일방적인 계몽과 교훈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아무리 옳은 말이어도 듣는 이에게 강박 관념으로 남거나 상처만 주고 튕겨 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 그저 겉보기에 좋은 말일 뿐이다.
- 부모인 내가 자식을 사랑했다고 해서 사랑이 아니라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느껴야 사랑이다.
사과도 마찬가지다. "난 사과했어" 가 아니라 엄마인 내가 얼마나 미안해하고 가슴 아파하는지 아이가 느끼고 아이 마음에 스밀 때까지 해야 진짜 사과다.
- 바른말은 의외로 폭력적이다.
후기
- 위로도 많이 받고 뼈 때리는 조언들도 많이 받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책입니다.
가까운 사람들이 제게 고민을 얘기할 때 혹은 옳지 않아보이는 행동을 할 때면 저는 그 사람들을 위해서 그 순간 악역이 되더라도 '바른 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그 모습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혹은 아프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 MBTI가 유행하면서 'T인 사람은 원래 공감을 못하는 사람이지' 혹은 '나는 T니까 공감 못해'라고 마음을 딱 접어버리는 일이 많은 요즘입니다만, 공감이라는 것이 타고난 성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경청으로 학습해가는 것이라는 책의 내용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나를 위해 마음 속이 이야기를 더 들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좀 더 궁금해하고 물어봐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 책 중간 중간 저자가 상담을 했던 실제 사례들이 나오는데, 이런 부분들이 이 책의 내용들을 그저 교과서 같은 글로써의 따분한 심리학이 아니라 아주 가깝고 일상적인 '우리'의 이야기로 풍부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일상 속 모든 평범한 관계에 놓인 모든 사람들은 당연하고, 특히나 아이를 키우고 있는 혹은 이제 곧 부모가 될 분들에게 참 좋은 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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