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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_보고_생각하기/READING_[독서의 시간]

[책] 혼모노 / 진짜와 가짜 사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 모음집

by 또밤_ 2025.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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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출판사 : (주)창비
출판일 : 2025.03.28

카테고리 : 한국소설, 한국단편소설

 

 

 

작가 성해나

·  데뷔 : 1919

·  대표작품

 - 빛을 걷으면 빛 (2022)

 - 두고 온 여름(2023)

 -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때 (2025)  

·  수상내역 

 - 한겨례 손바닥 문학상 대상

 - 계명문화상 대상

 -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 

 

 

 

줄거리

혼모노는 성해나 작가의 단편소설 7가지를 엮어둔 소설집으로,

진짜(혼모노)와 가짜, 개인과 공동체의 경계를 탐구하는 이야기들이 담긴 책입니다.

 

1. 길티클럽 : 호랑이만지기

김곤이라는 영화감독의 팬인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아동학대라는 사회적 논란이 있는 김곤이지만, 주인공은 그를 절대적으로 믿기로하면서 베를린 영화제에 후보를 올린 김곤 감독을 응원하기 위한 팬들만의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여합니다.

 

처음에 주인공은 어색하기만 하고, 다른 회원들과의 대화에서도 겉도는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김곤을 사회윤리적 잣대로 의심하는 한 회원에게 입증 되지 않은 비난은 가혹하다며 몰아붙이는 일이 발생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다른 회원들에  자신의 팬심과 믿음을 인정받게 되자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얼마 후 김곤 감독은 결국 그의 새 영화를 상영하는 자리에서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를 보며 주인공은 허망함과 꽁꽁 숨겨두었던 죄의식을 느끼게 됩니다.

 

 

2. 스무드

재미교포 3세로 미국에서 태어난 주인공, 듀이.

그는 자신은 한국과 전혀 관련없는 그저 평범한 미국인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으로

한국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어도 할 줄 모릅니다.

 

그런 그가 출장으로 인해 처음으로 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방문하게 되는데, 듀이에겐 그저 한국은 모르는 낯선 나라일 뿐입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정처없이 걷다 이르른 광화문에서 핸드폰 배터리가 없는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고, 음식을 나누어주는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동질감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3. 혼모노

주인공 문수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박수무당으로 장수 할멈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순간부터 자신에게 할멈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불안해하던 중, 앞집으로 이사온 젊은 신애기에게 자신이 모시던 장수 할멈이 넘어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신접이 멈추고 더이상의 굿이 불가능해진 문수는 진짜 무당이 아닌 가짜 무당 행세를 하게 되는데, 

신애기는 그런 문수를 보며 이야기 합니다.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

 

“진짜” 무당으로서 소신을 지키며 살아온 문수는, 신에게 버려지며 정체성에 혼란이 오게 됩니다. 

과연 진짜는 무엇이고, 가짜는 무엇인지.

가짜 무당의 몸으로 굿을 행하며 진짜가 되어가는 문수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 이야기 입니다.   

 

 

4. 구의 집 : 갈월동 98번지

건축학과의 교수로 재직중인 여재화는 인간을 위한 건축을 해야한다는 신념을 가진 건축가이자,

'성공'과 '명예'를 얻고 싶은 야망있는 건축가 입니다.

어느 날 정교수 임명을 앞두고 국가로부터 경동 수련원 설계를 제안 받게 되는데,

이 수련원은 단순한 수련원이 아니라 사실상 고문시설로 이용될 목적의 건물이었습니다.

 

너무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일이었지만,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는 이력이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 여교수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설계하는데 심리적 어려움을 겪은 여재화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중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설계를 지향하는 제자 구보승에게 고문실 설계를 일임 합니다.

 

그렇게 구보승이 만들어내는 수련원은, 철저하게 피조사자의 정신을 조종하고 공포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구보승은 자신의 설계를 그 목적에 맞는 '인간을 위한' 공간이라 생각하지만, 여재화 교수는 이를 보며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에 동참한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게 되었고, 최종 설계 대장에 자신이 아닌 구보승의 이름을 적게 됩니다. 

 

 

5. 우호적 감정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회사 내에서 소외된 직원들까지 살뜰히 챙기는 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대표의 제안으로 대기업에서 스카웃되어 자유로운 분위기를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진과 회사 초장기 멤버로 매사 회의적이고 깐깐한 성격의 수잔과 함께 지역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주인공.

 

사람들이 꺼리는 두 명의 팀원이었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어색했던 분위기가 점차 부드러워졌고, 진과 수잔에게 친밀감을 느껴갑니다.

 

그러나 직원 실수로 인해 성과급 금액이 모두에게 공개되었고, 진과 수잔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잘 진행 되어가던 지역재생 프로젝트에도 문제가 생겨버리는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져버립니다.

 

 

6. 잉태기

딸 서진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상류층 어느 중년여자는, 

딸이 가진 아이만큼은 꼭 원정출산을 통해 미국 시민권자가 되길 바랍니다.

자식에 대한 소유욕이 그녀만큼이나 시아버지의 반대로 서진은 한국에서 태어날 수 밖에 없었기에

사랑하는 내 딸의 자식에게만큼은 꼭 좀 더 좋은 출발점을 만들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를 가로 막는건 시아버지이자, 딸의 할아버지.

 

공항까지와서 잔꾀를 부리는 시아버지의 모습을 참다못해 결국 소리를 치며 싸우게 되는데

갑자기 양수가 터져버린 서진은 소리를 치며 싸우는 엄마와 할아버지를 향해 무언가 이야기를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듣지 못합니다. 

 

 

7. 메탈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소년 우림, 시우 ,주현은 메탈이라는 음악을 통해 가까워 지게 됩니다. 

비주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밴드부에서조차 소외되지만, 

함께 음악을 듣고, 연주하며 셋의 우정은 더욱 깊어져갔고 멋진 메탈 밴드가 되겠다는 꿈을 공유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음악과 친구가 전부였던 학창시절은 끝이나고 

현실의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이들에게도 오게 되는데, 

서로 다른 길을 택하며 각자가 서로에게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담아낸 이야기 입니다.

 

 

 

후기

- 성해나 작가의 글을 '혼모노'라는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박정민 배우의  '넷플릭스 왜 보나 성해나 책 보면되는데' 라는 말이 단번에 이해되는 책이었습니다. 7가지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소설집이었는데 어느 한 이야기도 거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 이야기마다 엄청난 흡입력을 가지고 있어서 오랜만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 이야기 하나가 끝날 때마다 많은 여운과 생각이 남았습니다. 무엇인가 마음과 머리를 콕콕 찌르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은데, <길티클럽>에서는 주인공의 모습이 한 때 나의 어떤 모습과 닮아있어서 그 감정들이 매우 공감되었습니다. <구의 집>은 너무나도 중립적인, 사고하지 않는 무감각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보며 소름끼치고 무서웠습니다. 

<스무드> 를 끝내고서는  '앎'이라는 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될 수도 있고 벽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호적감정> 읽으면서는 주인공 알렉스에게로 동화되어 관계 안에서의 외로움과 씁쓸한 마음이 느끼지기도 했습니다. <메탈>에서는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한 때는 함께 같은 모습으로 같은 꿈을 꾸었던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걷고 멀어지는 모습을 보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슬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고,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짧지만 강력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라 읽는 내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 성해나 작가님의 글들을 찾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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