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 2009. 07. 20
카테고리 : 국내소설, 장편소설,
작가 박민규
· 대표작품
- 지구영웅전설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카스테라
- 더블
- 핑퐁
· 이력
- 2003년 문학동네작가상
- 2005년 신동엽창작상
- 2007년 이효석문학상
- 2009년 황순원문학상
- 2010년 이상문학상
줄거리
보이는 아름다움의 시시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박민규 작가님의 장편소설입니다.
극단적으로 못생긴 얼굴 때문에 항상 차별 받고 무시 당하며 살아온 여자와
그런 그녀를 사랑하게된 주인공 남자.
그리고 이 둘의 정신적 지주인 '요한'
이 세 사람에게서의 삶의 의미, 사랑, 우정을 섬세하게 다루며
그 속에서 외모지상주의, 사회적 편견 등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쨌든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사람들이라고, 스무 살의 나는 생각했었다. 결국 내게 주어진 행운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서로의 이해가, 오해였음을 깨닫지 않아도 좋았다는 것...
- 무엇 하나 정확하지 않은 기억 속에서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지금의 나도, 스무 살의 나도 그녀를 사랑하고, 사랑했었다. 그것이 나의 전부다. 늦었지만 이제 그 전부를 이해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 누군가를 사랑해 온 인간의 마음은 오래 신은 운동화의 속처럼 닳고 해진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어떤 빨래로도 그것을 완전히 되돌리진 못한다... 변형되고, 흔적이 남은 채로...
- 외모에 관한 한, 그리고 누구도 자신을 방어하거나 지킬 수 없다. 선빵을 날리는 인간은 태어날 때 정해져 있고, 그 외에 인간에겐 기회가 없다. 어떤 비겁한 싸움보다도 이것은 불공평하다고 나는 생각했었다.
- 돌아가서도 머뭇,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부끄러워하던 그녀의 손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 느낌에 대해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하던 열아 살의 나와... 그녀를 잊을 수 없다. 세상이 멈춘 순간 왜 그런 것들은 보다 상세해지는지, 바람이 없었는데도 무엇이 파르르 잠자리에 날개를 떨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지구가 정지하기 전까지는,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것이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 하지만 쟤는 진심(眞心)이야.
- 아무 일 없이, 아무 일 없는 듯 그가 아침을 맞이하기 바라는 마음이었다. 오디오와 가스밸브를 확인한 후 나는 형, 하고 시작하는 짤막한 메모를 쓰기 시작했다. 짧은 메모였지만, 청소를 한 번 더 해도 좋을 만큼의 시간을 소비한 메모였다.
형도 성공작이예요.
- 앞으로의 길에는 정답이 없어. 뭐, 이러쿵저러쿵 말은 하지만 나 역시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인간이니까...
- 누구에게라도 사랑을 받는 인간과 못 받은 인간의 차이는 빛과 어둠의 차이만큼이나 커.
- 그럴 듯한 인생이 되려 애쓰는 것도 결국 이와 비슷한 풍경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왕 태어났는데 저건 한번 타봐야겠지, 여기까지 살았는데... 저 정도는 해봐야겠지, 그리고 긴긴 줄을 늘어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버리는 것이다. 삶이 고된 이유는... 어쩌면 유원지의 하루가 고된 이유와 비슷한게 아닐까, 나는 생각했었다.
- 미안해. 무어라 말하고 싶지만, 지금은 어떤 말도 생각이 안나. (중략) 대신 그 대답은 아주 먼 훗날에 들려줄게. 천천히, 아주 조금씩 그 대답을 만들어가고 싶어. 그 외의 다른 방법을 나로선 찾지 못하겠어. 이건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 납득의 문제니까... 그러니까 행동으로밖에는 대답을 할 수 없는 거라고 나는 생각해.
- 영원한 장소도 영원한 인간도 없겠지만, 영원한 기억은 있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 꿈같은 사랑이란 것도 별다른 게 아니지. 그냥 살아가듯이 그냥 사랑하는 거야. 기적 같은 사랑이란 그런 거라구. 보잘것없는 인간이 보잘것없는 인간과 더불어... 누구에게 보이지도, 보여줄 일도 없는 사랑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나가는 거야. 이쁘지도 않은 서로를, 잘난 것도 없는 서로를... 평생을 가도 신문에 기사 한 줄 실릴 일 없는 사랑을... 그런데도 불구하고 해내가는 거지. 왜,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하느냐 이 얘기야. 기적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 나에게 우리가 있다는, 그리고 우리에게 내가 있을 거란 그 사실이 조금은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 사는 게 별건가 하는 순간 삶은 사라지는 것이고, 다들 이렇게 살잖아 하는 순간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 할 세상이 펼쳐진다.
- 말로는 표현 못할 자신의 감정을 어떤 식이로든 그녀에게 미리 전달해 주고 싶었다.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였고, 그것을 결정할 권리 역시 그녀의 몫이란 생각이 들었다.
- 헝클어진 모든 것을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헝클어진 삶임에도 불구하고... 무사한 당신을 꼭 한 번은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후기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기 전 이 책에 대해 '못생긴 여자와 잘생긴 남자의 사랑이야기' 라는 간단한 소개을 때, 약간은 코믹하고 가벼운 연애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받아 들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묵직한 책의 두께에 흠칫 놀랐던 기억입니다.
하지만 처음 책장을 넘기면서는 '절대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었구나, 진짜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을 하게 되는 과정과, 외부의 시선과 편견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극복해나가는 과정들이 절대 가볍지 않은, 아주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야기여서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읽어내려갔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상처와 아픔을 쉽게 이해하려 들지 않고, 말보다는 함께할 시간으로 대답하고 싶다는 그 사려 깊음이 인상적이었고, 어둡다가도 위트있게, 가벼워보이다가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박민규 작가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 책은 여러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소설이지만, 그저 이야기만으로도 여러 반전이 있는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가 다시 살아나고, 또 다른 이야기가 나타나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고 놀라워서 심장이 쿵쾅쿵쾅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 2014년에도, 2024년에도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영화가 책이 담고있는 여러가지 사회적 의미들과 섬세한 감정들이 잘 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그래도 꼭 영화화가 되서 극장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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