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내가 믿는 것들은 다 진실일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Why Fish Don't Exist : A Story of Loss, Love, and the Hidden Order of Life
· 출판일 : 2021.12.17
· 출판사 : 곰출판
· 카테고리 : 기초과학, 교양과학, 과학, 에세이
· 번역 : 정지인
저자 룰루 밀러 (Lulu Miller)
-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
줄거리
이 책의 이야기는 저자인 룰루밀러가 미국의 어류학자이자 스탠퍼드 대학교 초대 총장이었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추적하면서 시작 됩니다.
그녀는 데이비스 삶을 조사하면서 그의 대단했던 업적들과 동시에 어두운 면들을 발견합니다.
우생학을 옹호했고, 아주 과격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일삼았다는 사실을요.
또한 생물학적 관점에서 물고기들은 공통점이 부족하며,각각 다른 계통에 속한다는 학문적 결론을 바탕으로 데이비드가 한 평생을 바쳐 만들어 온 물고기의 기준들은 무의미 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들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배워 가는 작가의 생각과 경험이 담긴 논픽션 에세이 입니다.
<5. 유리단지에 담긴 기원>
- 우리가 만물에 붙인 이름들은 잘못된 것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노예"는 인간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자유를 누릴 가치도 없는 존재였던가? "마녀"는 화형을 당하는 게 마땅한 존재들이었나.
겸손을 유지하라는 것. 우리가 믿는 것들, 우리가 삶 속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늘 신중해야 한다는 걸 되새겨보게 해주는 사례인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그 생각을 해야만 한다.
<7. 파괴되지 않는 것>
- "행복은 행하고, 돕고, 일하고, 사랑하고, 싸우고, 정복하고, 실제로 실행하고, 스스로 활동하는 데서 온다." 내 생각에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그가 말하려는 요점 같다. 여정을 즐기고 작은 것들을 음미하라고 말이다.
- 그 어디에도 바로 여기, 지금, 오늘만큼 하늘이 파랗고 풀밭이 푸르고 햇빛이 밝고 그늘이 반갑게 맞이해주는 곳은 없다.
<8. 기만에 대하여>
- 어쩌면 내가 개미보다 나을 게 없으니 겸손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느라 아버지가 나를 쓸데없이 헤매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진화가 우리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은 "우리는 실제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10. 진정한 공포의 공간>
- 적합성에 대한 우리의 관점에서는 불쾌하게 보일 수 있는 특징들이 사실 종 전체나 생태계에는 이로울 수도 있고, 혹은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이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린에게 경쟁자에 대한 우위를 갖춰준 것은 그 거추장스러운 목이었고, 바다표범이 심한 추위에도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움직이지 못할 만큼 무거워 보이는 체지방 덕분이었으며, 대다수가 생각도 할 수 없는 발명과 발견, 혁명을 이루게 한 열쇠는 확산적 사고를 하는 뇌일 것이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외부 형질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 자연은 외양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 상황이 바뀌면 그 상황에 어떤 특징이 더 유용하게 적용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11. 사다리>
-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긍정적 착각은 견제하지 않고 내버려둘 경우 그 착각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는 사악한 힘으로 변질될 수 있다" 고 경고한 그 심리학자들의 말이 옳았던 것 같다.
<12. 민들레>
- 우리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우주의 냉엄한 진실이다. 우리는 작은 티끌들, 깜빡거리듯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우주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들이다.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이 진실을 무시하는 것은 정확히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똑같이 해동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우월성에 대한 터무니없는 믿음 때문에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폭력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럴 순 없다. 명민하고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호흡, 모든 걸음마다 우리의 사소함을 인정해야 한다.
- 민들레 법칙.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한 아파트의 관점에서보면, 바로 그 한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의미일 수 있다. 어머니를 대신해주는 존재,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그토록 열심히 인식시키고자 애썼던 관점이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고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13. 데우스 엑스 마키나>
-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것.
- 그 시대 사람들이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서 움직이고 있는게 별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이야기 했다. 그럼에도 그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에 관해 생각하고, 별들이 매일 밤 그들 머리 위에서 빙빙 돌고 있는 천구의 천장이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서서히 놓아버릴 수 있도록 수고스럽게 복잡한 사고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별들을 포기하면 우주를 얻게 되니까"라고 헤더는 말했다.
<에필로그>
-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 이 폭풍우는 짜증스럽기만 한 일일까? 어쩌면 그것은 거리를 혼자 차지할 수 있는 기회, 온몸을 빗물에 적셔볼 기회, 다시 시작할 기회일 수도 있다.
- 우리의 가정들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현실에 관해 궁금해해야 한다는 것을. 그 볼품 없는 박테리아는 어쩌면 당신이 숨 쉬는데 필요한 산소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을 그 단단한 가장자리에서 마지못해 뛰어내리게 했던 실연은 결국 더 좋은 짝을 찾게 해준 선물로 밝혀지게 될지도 모른다.
- 나는 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 계속 그것을 잡아당겨 그 질서의 짜임을 풀어내고, 그 밑에 갇혀 있는 생물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특히 도덕적, 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후기
1) 나 자신에 대해 가당치 않게 커다란 믿음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자기가 하는 일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을 때에도 자신을 던지며 계속 나아가는 것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죄악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바보의 표지가 아니라 승리자의 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 책의 결말을 다 보고나니 저자의 이 말이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때로는 의미 없이 무모해 보이는 일들이 꾸준함으로 스스로를 성장시키기도 하는 것 같아요.
2) 마냥 데이비드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훌륭함만을 찾는 스토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책을 읽고 누군가의 삶을 연구한다는 것이 때때로 참 흥미로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이비드의 삶을 통해 자신만만함을 넘어 오만함이 가져온 욕망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고, 인생에 가치 있는 것들을 잃게 하는지 보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 여기게 했던 저자의 아버지와 그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아내고 스스로를 성장시킨 저자 룰루 밀러의 삶을 통해 인간은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존재임을, 그리하여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좀 더 행복할 수 있고, 좀 더 가치 있는 것들을 누릴 수 있는 존재임을 배웠습니다.
3) 의혹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 덕분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름이 붙은 스탠퍼드 대학교와 인디애나 대학교의 건물명이 변경되었다는 소식은 살짝 통쾌한 기분이 들게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