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내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누구인지 어찌압니까?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출판사 : 돌베개
출판일 : 20 23년 06월 23일
카테고리 : 과학, 인문, 교양, 에세이
저자 유시민
· 직업 : 작가, 전 장관
· 대표작품 :
- 청춘독서
- 어떻게 살 것 인가
- 나의 한국현대사
- 역사의 역사
- 거꺼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럽 도시 기행
줄거리
저자 유시민 특유의 인문학적 시선과 스토리텔링으로 과학을 어렵지 않게 풀어낸 책입니다.
저자는 인문학과 과학의 관계로 시작하여, 챕터 별로 뇌과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수학을 이야기 합니다.
문자 그대로 보면 매우 지루하고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주제들이라 느껴지지만, 문과 남자의 관점에서 아주 재미있고 쉽게 풀어주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과학의 새롭고 다양한 면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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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하는 일이다. 공부를 온전하게 하려면 당연히 과학을 알아야 한다.
<거만한 바보>
- 우주, 은하, 별, 행성, 물질, 생명, 진화 같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문과니까.
하지만 '인간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도 몰랐다. 내가 옳다고 믿는 이론이 옳다는 증거가 있는지 여부를 따져보지 않았다.
- '거만한 바보'를 그만두기는 쉬웠다. '난 아는 게 별로 없어.' 그렇게 인정하고,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점검하는 습관을 익히면 되는 일이었다.
<인문학과 과학의 비대칭>
- 인문학이 진짜 위기에 빠지는 경우는 단 하나뿐이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때다.
- 나는 인문학자가 과학을 공부하지 않고 과학자들이 찾아낸 사실을 활용하지 않는 데서 인문학의 위기가 싹텄다고 본다.
-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학문의 경계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빛과 같은 속도로 퍼져 나간다.
성벽을 쌓고 안주하는 학문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인문학도 예외가 아니다.
- '나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전통적 인문학과 맞지 않는 형식이다. 인문학의 익숙한 질문 형식은 '나는 누구인가?'다.
인문학의 위기는 질문을 제때 수정하지 못한 데서 싹텄는지도 모른다. 내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누구인지 어찌 알겠는가.
<우리 집과 엄마의 진실>
- 어떤 과학이론은 그저 신기했다. 아는 것만으로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러나 어떤 것은 신기할 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보는 시각을 바꾸고 시야를 넓혀 주었다.
웬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받아들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른 정보를 담은 문장들이다.
'내 몸과 똑같은 배열을 가진 원자의 집합은 우주 어디에도 없다.'
'지구 생물의 우전자는 모두 동일한 생물학 언어로 씌어 있다.'
- 우리의 감각으로 우리의 공간에 특권을 부여한 천동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 권위로 로마 교황청의 권력을 등에 업고 진리인 양 군림했다. 코페르니쿠스는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지구를 포함한 행성들이 자전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태양 주면을 돈다는 사실을 논증함으로써 인간이 지구에 부여한 부당한 특권을 박탈했다.
- 우리 자신에게 근거 없이 특권을 부여한 관념은 천동설만이 아니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거나 신이 인간을 특별하게 창조했다는 견해도 마찬가지였다. 인간 지성이 유치한 수준이던 시대에 생긴 관념이다.
- 다윈은 인간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를 신화에서 과학으로 바꾸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울을 벗고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다.
- 과학혁명은 생산기술을 혁신함으로써, (생략) 세상 모든 것을 바꾸었다. 그런 변화의 원인을 찾고 향상을 분석하며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인문학의 과제다.
- 인간의 몸은 입자의 집합이니 당연히 물리법칙을 따른다.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인간도 진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학으로 인간과 사회를 다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원자는 생각하지 않지만 원자의 집합인 인간은 생각한다.
- 과학을 전혀 몰랐을 때 나는 세계를 일부밖에 보지 못했다. 타인은 물론인고 나 자신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훨씬 많은 것을 더 다양한 관점에서 살핀다.
과학의 사실을 받아들이고 과학의 이론을 활용하면 인간과 사회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질문으로 바꾸면 이렇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이것은 인문학의 표준 질문이다. 그러나 인문학 지식으로만 대답하기는 어렵다. 먼저 살펴야 할 다른 질문이 있다. '나는 무엇인가?' 이것은 과학의 질문이다.
묻고 대답하는 사유의 주체를 '철학적 자아'라고 하자. 철학적 자아는 물질이 아니다. 그러나 물질인 몸에 깃들어 있다.
나를 말려면 몸을 알아야 한다.
- 철학적 자아의 모든 감정과 생각은 뇌가 작동해서 생긴다. 뇌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모르고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을 이해할 수가 없고, 호모 사피엔스의 본성을 모르면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말한다. '나는 뇌다.'
<신경세포와 경제법칙>
- 한계생산력분배이론은 이론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현실의 소득분배가 그 법칙을 따른다는 증거도 없다. 그런데도 자본가와 부자들의 마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우화였기 때문에 오류임이 밝혀져도 교과서에 남았다.
자본 한 단위를 물리량으로 확정하지 못하면 이윤과 원천을 해명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았다. 그런데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소득분배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개인과 집단의 세력 관계, 힘을 행사할 수도 있는 사회제도, 갈등을 대하는 태도, 협상과 타협을 받아들이는 문화 같은 여러 요소에 달려있다. 어디까지나 사람의 일이라는 말이다. 사람의 일을 자연법칙의 몫으로 돌린 것 자체가 잘못이다.
어느 대기업 최고경영자가 직원 평균 연봉의 1,000배를 가져가는 것은 그 사람이 자기 연봉을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있기 때문이지 생산에 1,000배 더 기여해서가 아니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똑같은 작업을 하는 원청 소속 노동자의 절반 수준 시급을 받는 것은 중간착취와 불평등을 허용하는 제도 때문이지 생산 기여도가 낮아서가 아니다. 한계생산력배분이론의 오류는 신경세포의 작동원리를 물리법칙 형식으로 만들어 신경세포와는 무관한 경제현상에 적용한 데서 생겼다. 아름다운 수학을 썼다고 진리가 되는 건 아니다.
- 따뜻한 심성과 훌륭한 인격을 가진 학자도 있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앨프리드 마셜 교수가 그런 사람이었다. 걸출한 경제학자인 동시에 온화한 휴머니스트였던 그는 제자들한테 "찬 이성 더운 가슴" cool head warm heart 을 주문하곤 했다. 냉철한 이성으로 합리적 경제정책을 추진하되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연민을 가지라는 말이었다.
- 칸트 시대에 과학기술 수준에서는 사물 자체를 인식할수 없다고 보는게 타당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칸트는 자신의 시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칸트만 그런게 아니다. 어떤 천재도 자신의 시대를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한다. 칸트의 인식론은 불가지론이다. 사물이 우리의 주관과 무관하게 존재하지만 우리는 사물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있다고 말할 수 도 없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무얼 알고 무얼 모르는지 알았다. 그런 점에서 남달랐다.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
- 우리는 빛이 우리 신경세포가 감지하는 영역의 전자기파임을 알면서도 전자기파나 가시광선보다는 빛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과학적으로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여러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인간은 감각기관으로 인지한 것을 언어로 표현한다. 파동인 동시에 입자인 전자기파의 성질은 눈으로 볼 수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그런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언어가 없다.
후기
- <문과남자의 과학공부>를 읽고 크게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번째는 그동안 왜 그저 과학은 다른 영역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을까 하는 아쉬움이었고,
두번째는 과학을 그저 과학이 아니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니 훨씬 재미있구나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철학적 사고)를 고민하기 전에 ‘내가 무엇으로 구성되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과학적 사고)를 알아야 한다는 유시민 작가의 뼈 때리는 말에 그동안 인문학과 과학 사이에 철저하게 선을 긋고 이분법적으로 사고한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거만한 바보’가 되지 않도록 해야 겠습니다.
- 제가 그러했듯이 과학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문과생이라면 이 책을 통해 과학을 인문학적으로 읽는 법을 배우고,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허물며 지식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더해 책을 읽는 내내 웃음 짓게 한 유시민 작가의 재치 있는 글 솜씨가 독자들로 하여금 인문학적 과학 이야기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