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키17 / 죽어도 OK 기억 그대로 인간복제가 가능하다면?
미키17 (Mickey 17, 2025)
· 출연 :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등
· 장르 : SF, 모험, 드라마, 코미디
감독 봉준호
· 대표작
- 살인의 추억 (2003)
- 괴물 (2006)
- 마더 (2009)
- 설국열차 (2013)
- 기생충 (2017,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줄거리
에드워드 애시튼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키17은 2050년대 피폐해져버린 지구를 떠나 우주에 식민지를 개척하려는 인간들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입니다.
주인공 미키는 친구와 함께 시작한 마카롱 사업이 망하면서 사채업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를 희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경쟁률은 너무 높았고, 아무런 능력도, 재산도 없는 미키가 이 프로젝트에 선발되어 우주로 갈 수 있는 희망은 단 하나. '익스펜더블' 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익스펜더블'은 우주에 인간을 위한 터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소모품적인 존재로, 위험한 임무를 도맡아 수행하며 죽음과 재생을 반복하는 인간 실험체를 뜻합니다. 이는 기억과 신체 그대로를 복사해 인간을 재생산 할 수 있는 프린터가 발명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존재였죠.
'익스펜더블' 미키는 미지의 행성에서 인간들을 살게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위험한 작업들을 수행하는 담당자가 됩니다. 더불어 결과를 알 수 없는 모든 실험의 대상자가 되기도 하지요.
그렇게 미키는 죽고 또 죽습니다. 최초의 미키가 죽고, 미키2가 프린팅 되었고, 미키2가 죽고, 미키3가 프린팅 됩니다.
미키4, 미키5, 미키6 .. 점점 미키라는 이름 뒤에 붙는 숫자들이 커지면서 그를 대하는 인간들의 태도도 변해갑니다.
어차피 미키는 오늘 죽어도, 곧 다시 프린팅 되어 또 다른 미키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키에게는 미키'들'이 겪는 모든 고통과 죽음의 순간을 함께 나눠주는 존재인 나샤가 있습니다.
생사를 오가는 작은 우주선 안에서 조차 만들어지는 권력구조과 계급들.
그리고 희생이란 이름 아래 잊혀지는 누군가의 존엄성과 터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겨내는 사랑이라는 존재.
영화 미키17은 이 모든 것들을 담고 있는 이야기 입니다.
후기
- 미키가 수없이 죽고 복제되어 다시 프린팅 되는 과정에서 미키를 대하는 연구원들의 태도가 점점 당연해지고, 미키의 죽음뿐만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가 점점 소모품과 같이 취급되어지는 장면들에서 무엇이라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이는 제 3자인 관객의 입장으로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사람을 저렇게 대할 수 있는 것인지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저 연구원 중 한명이고 수없이 미키의 죽음을 봐왔다면 나 또한 같은 모습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실험용 쥐를 당연시하는 지금의 인간들처럼요.
- 정말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는 이 시대에 과연 어떤 기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미키가 존재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영화에서의 나샤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을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든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저는 오랜 시간동안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매우 좋아해왔습니다. 같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두 번, 세 번 보기도 할 정도로요.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스토리 그 자체로도 참신하고 재미있어서 영화를 보내는 내내 몰입하게 되는데, 항상 그게 끝이 아니예요. 봉준호 감독은 그저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을 봤다라는 생각만으로 관객을 집에 보내지 않습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 여운이 남아 자리에 앉아있게끔 만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관객을 생각하게 만들어요.
글로 보면 복잡하고 심각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을 영화로 쉽고 재미있게, 하지만 동시에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영화'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우리의 문화 곳곳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영화 미키17도 역시 그렇습니다.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화 되는 세상,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기술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지금 이 시대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까를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