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여행의 이유 / 삶을 여행하는 작가 김영하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
출판일 : 2019.04.17
카테고리 : 에세이

작가 김영하 (1968년 11월 11일 ~)
· 국적 : 대한민국
· 대표작
오직 두 사람 (2017)
살인자의 기억법 (2013)
너의 목소리가 들려 (2012)
검은 꽃 (2003)
빛의 제국 (2006)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1996)

줄거리 및 후기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엣어 이야기 보따리를 조곤조곤 재미나게 풀어주시던 김영하 작가의 책.
그 프로그램 안에서 제게 김영하 작가는 박학다식하면서도 깐깐한 박사 혹은 선생의 이미지라기보다는 선하고 친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출판한 '여행의 이유' 는 떠도는게 삶이 되어버린 김영하 작가가 생각하는 여행의 이유들.
과거 그의 여행들과, 그의 인생, 또 앞으로 여행할 그의 날들에 어떤 마음이 깃들지,
그리고 그 여행 속에서 배우게 될 것들에 대한 기대감이 담긴 책입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알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냥 현재를 즐기자.
현재는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여행하고 있다는 것.
→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삶도 어찌보면 지구에서의 여행일지 모른다는 생각이드니
내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어려움과 짐이라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 나는 그동안 왜 여행을 떠나왔고, 앞으로 어떤 여행가가 될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내 삶을 잘 여행하는 사람이 되어야지하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 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며,
희망했던 것보다 못한 성취에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 늘 배우는 존재다.
→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무엇이든 행한 후에 하는 후회가 훨씬 남는게 많았습니다.
영화 '슬럼독밀리어네어'를 보고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처음부터 밀리어네어를 희망하고 일련의 사건들을 마주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너무 고통스러웠을지언정, 그가 이겨낸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이 결국 그를 밀리어네어로 만들었죠.
저는 결코 그가 경험들로부터 돈만을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모든 일로부터 그는 정신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을거라고 믿습니다. 이 블로그의 모토처럼, 우리가 보낸 시간들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프로그램,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인물의 무의식속에 잠재되어 있는 일종의 신념'
→ 김영하 작가는 잦은 이주로 인해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그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일이 번복되는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생긴 프로그램 때문인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서 낯선 사람에게 받아들여진 이후에 홀로 평안함을 찾을 수 있는 호텔이라는 장소에 들어서는 바로 그 순간이 좋아서 여행을 떠난다고 하더라구요.
과연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내게 무슨 프로그램이, 어떠한 신념이 자리 잡고 있었을까 생각하게 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멀어질 수 있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제 지난 날을 돌아보면, 여러모로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들을 항상 긍정적으로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압박했었고, 누구한테도 그 힘든 마음과 생각들을 내보이지 않으려 애썼던 했었던 것 같습니다.
나 스스로에게 조차 괜찮다고 도망치고 싶고 숨고 싶은 마음을 숨겨왔던 것 같아요. 그러나 여행을 떠난 순간에는 이러한 현실로부터 도망친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았습니다. 저에게 여행은 잠깐이나마 모든 것을 잊고 다른 세상에서 마냥 행복하고 밝은 나로 살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글로 쓰고 보니 제 어린시절이 조금은 안 쓰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지친 나를 충전할 수 있는 삶을 살았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 누군가를 신뢰하기로 마음먹으면 우리의 정신속으로 평안함뿐 아니라 자극과 흥분이 파고들어온다.
신뢰란 다른 생명체와 맺어지는 관계 가운데 가장 큰 기쁨을 준다.
→ 여행 중 모르는 누군가를 오롯이 신뢰하고 그들의 환대 혹은 도움을 받았던 일들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건 프라하에서 두브로브니크로 넘어가려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던 길에 만난 무뚝뚝한 할아버지.
이 방향이 맞는지 저 방향이 맞는지, 길치인 제가 여기 저기를 두리번거리며 반쯤 정신줄을 놓고 있을 때, 제게 먼저 다가와 길을 알려주고, 심지어 지하철에서 내릴 때 다시 한 번 노티스까지 주셨던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공산주의 시대를 살았던, 그리고 변화한 프라하를 견뎌내며 적응해 온 그 시대의 사람들이 가진 특유의 시크하고 무뚝뚝함이 묻어나는 얼굴로 베풀었던 따뜻했던 친절이었습니다.
덕분에 무거운 짐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고, 그 때의 제 여행은 훨씬 더 많이 행복해졌었어요.
이후 저도 누군가에게 프라하 할아버지와 같은 환대와 친절을 베풀어야겠다고 항상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영하 작가의 말하는 여행을 읽는 시간은
제게 작은 방에 오손도손 발을 모으고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함께 수다를 떠는 기분이 들게 했습니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떠했는지 되돌아보고, 행복했던 순간들 또한 다시금 떠올려 보며 나눌 수 있어 참 좋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