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스토너 / 지극히 평범한 남자 스토너의 잔잔하고 묵직한 인생이야기
스토너 Stoner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RHK)
출판일 : 1965년
카테고리 : 장편소설
존 윌리엄스 John Edward Williams (1922.08.29~1994.03.03)
· 대표작품
- 오직 밤뿐인 Nothing but the Night
- 도살자의 건널목 Butcher’s Crossing
- 아우구스투스 Augustus
· 이력
- 1955 덴버대학교 교수
줄거리
<스토너>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미주리 대학교 영문과 조교수가 된 윌리엄 스토너의 일생을 다룬 소설입니다.
윌리엄의 아버지는 아들 스토너를 좀 더 전문적인 농부로 교육시키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대학에 진학시키기로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지원으로 농대에 입학한 스토너는 영문학 수업을 듣던 중 '문학'이라는 세계에 빠져들게 되고, 부모님의 기대한 농업의 길이 아닌 영문학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알아본 아처 슬론 교수의 말에 따라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대학에 남아 지도자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대학에서 스토너는 영문학 교수로서 연구를 지속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힘을 쏟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삶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했지만,
첫 눈에 반한 여자 이디스와 결혼도 하게 되며 행복한 삶을 꿈꾸게 됩니다.
그러나 불꽃같은 그 사랑으로 이루어진 이디스와의 결혼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스토너에게 차가웠고, 알 수 없는 생각과 그녀만의 계획들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갔습니다.
이디스의 계획으로 생긴 아이, 딸 그레이스에게 조차 그녀는 차가웠고,
그녀를 대신하여 스토너는 그레이스는 둘 만의 소중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며 일상을 채워갔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지 않아 이디스로 인해 깨져버렸고, 스토너도 그레이스도 이디스가 원하는 자리에서, 이디스가 원하는 시간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스토너는 딸 그레이스와의 시간과 대화들이 그리워했지만, 불행한 결혼생활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학교에서 조차 학문적 신념으로 인해 동료인 로맥스와 갈등이 생기면서 점차 고립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소외 당하던 스토너에게 캐서린이라는 진정한 사랑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 조차도 주변의 압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외로운 시간들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너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며, 연구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노년이 되어서도 스토너는 연구와 강의에 더 열정과 힘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암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교직에서 내려오게 되고 자신의 자그마한 서재에서 책과 함께 조용히 삶을 마감합니다.
소설 <스토너>는 이처럼 윌리엄 스토너의 삶 전체를 섬세한 문체로 그려낸 이야기 입니다.
그의 인생은 엄청난 성공도, 드라마틱한 이벤트도 없는 고독하고 조용한 시간들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실력있고 열정적인 교수이자 연구자 였으며,
평범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삶을 충실히 살아낸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
- 그는 슬론에게서 시선을 떼어 강의실 안을 둘러보았다. 차문으로 비스듬히 들어온 햇빛이 동료 학생들의 얼굴에 안착해서, 마치 그들의 안에서 나온 빛이 어둠에 맞서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한 학생이 눈을 깜박이자 가느다란 그림자 하나가 뺨에 내려앉았다. 햇빛이 뺨의 솜털에 붙들려 있었다.
-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햇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詩)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있어.
후기
- 때로는 스토너라는 사람이 답답해보이기도 하고, 바보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묵묵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내가는 스토너의 모습이 짠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 꾸준함에서 그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불륜임을 알면서도 스토너 그 자체로 오롯이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캐서린과의 사랑을 지지하게 될 정도로 점차 그의 삶을 응원하게 되었던 이야기였습니다. 그에 작가의 섬세한 표현과 묘사들이 더해져 시끄러울 것 하나 없는 이 잔잔한 스토너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것 같았습니다.
- 작가가 스토너의 인생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평범함 속에서 온전한 인간적 존엄성'과 '자기 성찰의 가치'가
묵직하게 와닿는 소설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 엄청난 일을 해내야하고, 많은 사람에게 주목 받아는 사람만이 삶을 '성공'적으로 사는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만, 스토너를 통해서 삶의 신념을 지키며 평범하지만 내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 또한 의미있는 삶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책을 옮긴이의 말이 참 공감이 갔습니다.
'자꾸 독하고 그악스러운 이야기에만 익숙해지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런 성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